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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서평 #공채 시스템

버그잡이 2020. 4. 25. 21:15

우리는 시험 속에서 청년기를 보낸다. 초,중,고 학교 시험부터 대입 수능 시험 그리고 다시 공시, 고시, 인적성...

어떻게 보면 청년기의 삶은 공채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과정인 것 같다. 

우리가 이런 공채를 통과하기 위해서 그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시험에 통과한 이들은 일종의 계급을 얻고 주변 사람들한테 인정받는다. 안정을 찾게 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공채 시스템은 정말 효율적인 시스템인가?' 

 

 공채 시험들은 사실 그 직무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정말 그 분야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면 그 사람의 직무와 관련된 경력을 봐야한다. 하지만 후자와 같은 방식은 비용이 너무 많이 소모된다. 그 많은 사람을 언제 다 확인하겠는가. 또 검토자의 주관이 상대적으로 더 개입되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 공채는 효율적이고 공평한 평가 시스템이다. 우리 나라가 고도성장 중일때 누구든 뽑아서 일을 시키면 그것이 생산성으로 바로 연결되는 시기에 적합했던 평가 시스템인 것이다.

 공채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어느 정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거기서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애초에 경쟁을 이유가 없으니 다들 게을러지고, 거기에 무능한 선배들이 발목을 잡고, 그런 선배를 보며 의욕을 잃는다. 무능한 선배들은, 자기 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유능항 후배를 건방지다며 깔아뭉개기도 한다. 그런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보호자를 찾거나 끼리끼리 뭉쳐야 한다. 실력이 아니라 인맥을 둘러싸고 경쟁이 벌어지며 파벌이 생긴다.
엘리트를 모아 놓기는 했으나 외국의 같은 직업군에 비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 외부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뼛속 깊이 오만하다.

 

물론 합격하고도 지속적인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외국과 같은 수시 채용에 비해서 위와 같은 "고인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공채 시스템의 영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렇게 공채라는 시스템은 공평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패배의식과 고인물을 만들어낸다.

 

 

 

 

"패배의식을 만드는 공채 시스템"

 

공채에 합격한 사람들은 성벽 안에서 특혜를 누리게 되지만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패배감을 느끼며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느낀다.

 

사실 나는 '공채 시스템의 효율성' 보다 "패배의식을 만드는" 공채 시스템의 현상이 더욱 걱정된다. 공채의 경쟁률은 적으면 10:1 에서 많으면 100:1까지 간다. 절대다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합격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이들이 2년 3년이 넘도록 시험에 낙방한다. 합격을 위해 달려왔지만 합격하지 못한 이들은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노력으로만 단정 짓기엔 몇시간의 시험에는 순간의 운이라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이 작용한다.

 

시작도 못한채,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자신을 단정짓고 포기해보리는 것이다.

 

공채 시스템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일본과 한국에 '히끼꼬모리'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28세 백수인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는 공채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지만 지금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공부중이다. 그리고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취업을 계획중이다. IT 스타트업 취업은 대부분 수시 채용이다. 내가 그 기업에서 일정 포지션을 담당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에서 나를 뽑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선택을 한 것에는 '적성에 맞고 재밌을 것 같아서' 가 주요한 이유이지만 공채에 대한 반감도 한몫 했다. 나는 나 자신이 시스템 속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긍적적으로 또 부정적으로). "패배자를 만들 수도 있는 시스템"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내가 가는 수채(수시채용)의 길은 공채보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다. 수채는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발전 하는 기술을 못 따라가면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공채가 주는 안전망보다는 나만의 힘으로 이 사회에서 우뚝 서는 과정이 더 재밌고 멋있을 것 같다. 나의 노력으로 그 힘을 얻는다면, 그 자신감을 얻는다면 나는 정말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모험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지도를 그려 제공하자는 게 나의 제안이다.

 

 공채의 길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모험은 이 더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모험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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